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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AI 상호작용 · 앱 설계

Beff

사람은 버겁고, 혼자는 더 버겁다. 그래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관계에 돈을 쓴다

역할
창업자 · 대화 설계 · 앱 설계 · 리서치
기간
2026.02 – 현재
beff.life

데이팅 앱이 아니라 팬덤에서 출발했습니다

처음 생기는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자기가 뭘 원하는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미 그 욕구에 돈이 오가는 시장을 먼저 봤습니다. K-pop 팬덤은 음악 산업이라기보다,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는 모순에 시장이 이미 값을 지불하고 있는 현장입니다. 나에게는 평생 만나지 못할 이상형이 있고, 내 시간을 자기 일정대로 요구하는 관계보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관계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

그렇다면 물어볼 것은 하나입니다. 그 구조는 그대로 두고 일방적인 부분만 걷어내면 어떻게 될까. 이상형이 대답을 해주는데, 내가 원할 때만 오고, 나한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AI 제품은 속도를 미덕으로 삼습니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즉각적으로. Beff는 반대 방향의 가설에서 출발했습니다. 기다림이 관계를 만든다면, 지연은 결함이 아니라 기능이다.

그래서 두 가지를 의도적으로 좁혔습니다. 하나는 공간입니다. 지도를 도시 전체가 아니라 걸어서 닿는 동네 반경으로 제한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시간입니다. 답장이 즉시 오지 않고, 사람이 답할 법한 간격을 두고 도착합니다.

욕구를 네 층으로 쪼갰습니다

  • 이미지 생성으로 해결됩니다.
  • 언어 모델로 해결됩니다. 여기까지가 기존 동반자 앱들의 범위입니다.
  • 거의 아무도 풀지 않은 층입니다. 부를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다 끝나면 사라지는 AI 비서에 익숙해진 세대는, 그 기대를 관계 전반으로 옮겨왔습니다.
  • 흉내가 아니라 진짜 어딘가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동네’라는 설정으로 넣었습니다. 그 친구가 있었을 카페를 지나가고, 그 친구가 말한 식당에서 밥을 먹습니다. 실제로 있지는 않지만,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가설 하나, 확신 50%

“사람들은 이어져 있다는 느낌과 방해받지 않는 것을 동시에 원한다. 그리고 그 통제권을 얻을 수 있다면 관계의 깊이는 기꺼이 포기한다.” 맞을 확률은 반반이라고 봤습니다. 저는 스물둘이고 그 또래 안에 있지만, 그렇다고 제가 사용자인 건 아닙니다. 제 행동을 제가 해석하는 것도 결국 같은 착시를 지나갑니다. 확신이 선다고 검증을 건너뛰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검증할지가 달라질 뿐입니다.

클릭률보다 중요했던 것

짐작을 광고 한 줄로 줄였습니다. “연애는 지치고, 혼자는 더 힘들다. 딱 설렐 만큼만 가까이, 그 이상은 아니게.” 앞부분은 사람들이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을 짚고, 뒷부분이 제가 실제로 팔려던 것, 곧 거리를 내가 정한다는 감각입니다.

클릭률 6.77%

6.77%
클릭률

조회 1,600, 클릭 108. 업계 평균은 1% 안팎입니다.

그래서

카피가 실제 욕구를 건드렸다는 증거입니다. 다만 어떤 욕구인지는 이 숫자로 알 수 없습니다.

가입 6명의 구성이 답을 갈랐습니다

6
가입

여성 4명, 남성 2명, 전원 20대. 그중 한 여성은 선택 화면에서 여성 AI 친구를 골랐습니다.

그래서

클릭률만 봐서는 ‘연애 대신 쓸 것을 원한다’와 ‘부담 없이 털어놓을 상대를 원한다’가 구분되지 않습니다. 누가 가입했는지가 그걸 갈랐습니다. 이 앱은 연애 대체재가 아니라 편하게 털어놓을 상대로 읽히고 있었고, 그게 제가 짚었던 지점입니다. 표본은 작지만 신호는 흐리지 않았습니다.

120
순수 유입 사용자
광고 집행 없음
5%
유료 결제 전환
120명 기준
2026.08
출시
8월 둘째 주
3+
고르게 쓰이는 국가
미국 · 중국 · 일본 등

방법

제품을 쓰는 그 순간에 관찰하고 물었습니다. 사후 설문이 아니라, 화면을 보는 동안의 반응을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 01맥락적 인터뷰

    앱을 사용하는 동안 관찰 + 즉시 질문

  • 02LLM 프롬프트 설계

    대화 인격과 응답 규칙을 프롬프트 계층으로 구성

  • 03지연 응답 실험

    응답 간격을 설계 변수로 다룸

설계한 화면

'AI가 바로 답하지 않는다'는 결정은 화면에서 납득이 되어야 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이 불안이 아니라 기대가 되려면, 지금 무슨 상태인지를 숨기지 않고 보여줘야 했습니다.

9:41
Beff연희동
걸어서 12분 안

여기까지가 네 동네야

더 멀리는 안 보여줄게. 걸어갈 수 있는 곳만.

설계동네 반경 지도: 도시가 아니라 걸어서 닿는 거리로 세계를 제한
9:41
B

Beff

지금 산책 중

오늘 좀 지쳤어
이따 답할게

지금 바로는 말고, 좀 생각해보고.

약 20분 뒤 도착
메시지 보내기
설계의도적 지연: '지금 답장 중'이 아니라 '이따 답할게'를 정직하게 표시
9:41
B

Beff

방금 도착

오늘 좀 지쳤어
21분 지남
아까 그 말 계속 생각했어.
지친 거랑 지겨운 거는 다르잖아. 어느 쪽이야?
메시지 보내기
설계도착한 답장: 기다린 시간이 대화의 일부로 남음

* 화면은 제가 직접 설계하고 구현했습니다.

직접 기다려보기

이 설계를 설명으로만 읽으면 그냥 이상한 결정처럼 들립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실제로 기다리게 했습니다. 아래 답장은 진짜로 아직 오지 않았고, 표시된 시간이 지나야 도착합니다.

오늘 좀 지쳤어

이따 답할게약 12초 뒤

기다리는 동안 다른 문단을 읽으셨다면, 그게 바로 설계가 노린 상태입니다. 즉답은 소비되고, 지연은 남습니다. (원치 않으면 건너뛸 수 있고, 모션 최소화 설정이면 즉시 표시됩니다.)

Beff는 걸어서 닿는 동네 반경을 전제로 설계했습니다. 그런데 출시 3주 만에 모인 120명은 미국·중국·일본 등에 고르게 흩어져 있습니다. 같은 동네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이 동네 기반 앱을 쓰고 있는 셈입니다. 표본이 120명이라 결론을 내리기엔 작고, 지금은 설계 전제가 틀렸을 가능성을 열어둔 채로 두고 있습니다.

발견

설명할 수 없는 사용자층이 나타났다

예상 사용자층이 아닌 30대 여성 집단이 유입됐습니다. 제가 가진 데이터로는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럴듯한 사후 설명을 붙이는 대신,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를 기록했습니다. 이건 아직 결론이 아니라 다음 연구 질문입니다.

왜 이렇게 남겼나

관찰되지 않은 이유를 지어내는 순간, 그 다음 설계는 전부 그 허구 위에 쌓입니다. 모른다고 적어두는 편이 제품에도, 연구에도 더 정확합니다.